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방학을 맞았다.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고,
아무도 오늘의 할 일을 정해주지 않는다.
자유라고 부르기엔
조금 허전한 시간이다.
취직해 있을 때의 나는
의외로 규칙적인 사람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하루가 끝나면
다음 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요즘의 나는
조금 많이 놀았다.
정확히 말하면
많이 풀어졌다.
오늘을 미루는 데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내일 해도 될 것 같았고,
오늘은 쉬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위인들의 삶을 다룬 글을 읽다가
공통된 문장을 다시 마주쳤다.
그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재능도, 영감도 아닌
그 단순한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갑자기 위대해지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조금 더 부지런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시간표를 적어본다.
거창한 인생 계획이 아니라
방학 시간표 같은 것.
어설프고
지켜질지 확신도 없는 것.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읽는 시간
쓰는 시간
몸을 움직이는 시간
그렇게 하루에
리듬을 하나씩 붙여본다.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기보다는
인생을
다시 정렬하는 중이다.
큰 도파민 말고
작은 성취가 남는 도파민.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조금 앞으로 가는 느낌.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Written by Respirain
